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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섬청년-제주/일상

[제주일상] 2023년 겨울 한라산 관음사 코스 등반기(2)

by 우닛메이드 2024.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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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겨울 한라산에 다녀온 것이다. 제주도에 살면서 그런 새하얀 설원을 마음껏 볼 일도 없었고, 가을에 많이 다니긴 했지만 최대 폭설 1m가 내린 한라산은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았다면 얻는것도 없었을 것, 환상 그 자체였던 겨울 한라산 관음사 등반기를 써 보고자 한다.

 

 

관음사 코스는 한라산 등반 코스 중에서 난이도가 있는 코스다. 총 길이는 8.7km정도, 꾸준히 오르막이고 계단지옥이 있어 체력소모가 크다. 겨울철에는 특히 눈과 얼음때문에 등산화는 물론 아이젠 같은 장비도 필수. 밑에 탐방예약 및 준비물, 주의사항 포스팅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2024.09.30 - [제주일기/일상] - [제주일상] 2023년 겨울 한라산 관음사 코스 등반기(1)-탐방예약 및 준비물, 주의사항

 

23년 12월 30일, 회사 동료와 함께 겨울 한라산 관음사 등반길에 올랐다. 가을 산행 때는 관음사 야영장에서 텐트를 치고 1박 후 바로 새벽에 등산을 시작했었는데, 이번엔 한라산에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야영이 불가할 것 같고, 추위를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새벽에 각자 집에서 출발했다.

 

 

관음사입구에서 만나 이른 새벽에 등산을 시작했다. 신분증을 못찾아서 조금 헤맸지만 촬영해놓은 사진이 있어 위기를 모면했다. 신분증을 꼭 챙기길 바란다. 아님 사진을 찍어놓거나 모바일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을 받는 방법도 있다. 해가 뜨기 전이라 랜턴에 의지하며 걷기 시작. 어둡고 매서운 추위였지만 겨울 하늘의 별과 나무에 쌓인 눈등이 색다른 풍경을 보며 올라갔던 것 같다. 출발 직후부터 경사가 가파르게 시작되고, 돌길과 나무테크가 이어지고 이미 밟아서 다져진 눈들이 미끄러워 더 조심스럽게 올라가야 했다.

 

 

지옥의 계단이라 불리는 탐라계곡 목교 계단을 올라 화장실이 있는 곳을 지나니 본격적으로 돌길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다행히도 해가 뜨기 시작해 주변이 밝아오면서 등산 스틱에 의지해서 올라갈 수 있었다. 이 구간은 체력소모가 꽤 큰 구간인데, 양옆의 눈 덮인 바위와 나무 등 주변의 겨울 풍경이 피로를 덜어주었다.

 

가파른 경사를 지나면 어느 정도 고도가 완만해지면서 삼각봉 대피소에 가까워진다. 멀리 보이는 삼각봉과 함께 탁 트인 설경이 펼쳐지는데, 모든 나무와 바위들이 하얀 눈으로 덮여있어 정말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다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이 더 많이 쌓여있고, 바람도 강해져 체력소모가 커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이날은 등산로 옆으로 내 허리만큼 높은 눈이 쌓여 있었고, 먼저 지나가는 등산객을 양보하려고 등산로 옆을 밟았다가 엉덩이까지 빠졌던 기억이 있다. 등산로라고 하더라도 눈이 깊어 한발 한발 나아가기가 힘들어질 수 있으니 등산스틱으로 먼저 찔러(?)본 뒤에 밟는게 안전할 것이다.

 

 

 

삼각봉 대피소에 도착해서 잠시 쉬기로 했다. 항상 삼각봉이 보이는 전망대에서 쉬었는데, 이날은 너무 추워서 사진만 한 컷 찍고 실내 대피소에서 허기를 때웠다. 내부는 막 따뜻하지는 않았지만 추위를 피할 수 있었다. 다시 출발하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대피소 주변의 겨울 풍경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하얗게 덮힌 산과 나무들, 그리고 멀리 보이는 한라산 정상부가 눈앞에 펼쳐져 올라오면서 느낀 다리의 고통이 싹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삼각봉 대피소에서 간식을 먹고 몸을 재정비 후 다시 백록담으로 출발했다. 삼각봉 대피소에서 백록담까지의 구간은 고도가 높아져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거세지기 때문에 방한 장비를 다시 재정비 하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1,500mm 이상의 고지대로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지는 구간이라 발걸음 하나하나 매우 신중하게 내디뎌야 했다. 능선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다 보니 용진각 현수교에 도착했다. 현수교에서 올려다보는 설경이 정말 멋졌다.

 

 

용진각 현수교를 지나면 본격적인 마지막 오르막이 펼쳐졌다. 이 구간이 관음사 설산 등반의 가장 어려운 구간으로, 눈이 안왔을때는 계단지옥인데 이날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계단의 모양은 온데간데 없고 급경사의 빙벽이 되어있었다. 아이젠과 등산스틱에 의지해서 한발한발 올라가는데 너무 힘들었다. 정말 한걸음 가고 쉬고 한걸음 가고 쉬고 그랬던 것 같은데, 쉴때마다 뒤를 돌아보면 눈 덮인 한라산의 환상적인 경치가 펼쳐졌다. 다만 흰 눈에 햇빛에 반사되어 눈이 많이 부실 수 있으니 선글라스는 꼭 쓰고 올라가는 걸 추천한다. 

 

 

끝도 없는 경사를 넘다 보니 마침내 한라산의 정상인 백록담에 도착했다. 겨울의 백록담은 처음인데, 얼어붙은 분화구와 주변의 눈 덮힌 지형이 산봉우리와 어우러져 한라산의 위엄을 느낄 수 있었다. 분화구 주변에서 내려다보는 제주도의 전망과 하늘과 맞닿은 듯한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한라산 미니어처 소주를 두개 챙겨갔는데, 백록담의 멋진 풍경과 함께 사진을 찍어보았다. 또한 먼저 올라오신 분께서 백록담 비석 앞에 태극기를 놓아두셔서 더 의미있고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백록담에 도착한 후 잠시 시간을 두고 주변 풍경을 감상했다. 정상의 기온이 너무 낮아서 따뜻한 발열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따뜻한 차도 한잔 하면서 몸을 녹였다. 발열도시락은 일반 생수로도 조리가 가능하여 따뜻한 물을 굳이 준비하지 않아도 되서 너무 편했다.  하산준비를 시작했다. 겨울철은 특히 더 위험해서 하산 시간도 정해져 있고, 눈과 얼음때문에 미끄럽기 때문에 등반할 때 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 나 또한 체력이 많이 소모된 상태였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내려왔다. 오히려 등산할 때 보다 하산할 때가 시간이 더 걸렸던 것 같다.  

 

 

겨울 한라산은 눈으로 덮인 순백의 세상을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인 것 같다. 제주도는 날이 따뜻해서 해안가는 눈이 와도 금방 녹지만, 한라산 정상부는 겨울에 풍부한 적설량을 자랑해 하얀 설산으로 변한다. 백록담의 겨울 풍경, 눈 덮인 장관, 상쾌한 공기와 고요한 자연, 그리고 도전적인 겨울 산행이 주는 성취감까지,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겨울 한라산에 도전한다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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