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을 찾다가 알게 된 북카페에 다녀왔다. 바로 "고산의 낮 고산의 밤"이다. 이 독특한 북카페는 낮에는 조용히 책을 읽거나 사색을 즐기고, 밤에는 분위기가 좋은 술집으로 변신하는 특이한 컨셉인데, 요즘 제주도에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인지 이런곳이 종종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고산의 낮 고산의 밤은 한경면 고산리 조용한 마을에 위치해 있다. 여행객들이 많거나 그럴 동네는 아닌데, 예약을 하려고 보니 거의 만석이었다. 그래서 더 가보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1층에 위치한 입구로 들어가면 카운터가 있고 바(bar)처럼 테이블이 있는데, 여기가 밤에 분위기 있는 위스키바로 변신하는 공간인 것 같다. 그리고 2층과 3층에 독립적인 공간이 있는데, 이 카페는 사적인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각 개인이 몰입할 수 있는 1인실용 작은 방만을 마련해 두었다. 2명이 가도 각자 방에 1명씩만 들어가야 하며, 들어가서도 벽 공간을 너머 대화하면 안되는 규칙이 있다. 여기는 오롯이 1인 전용 공간으로만 운영되는 곳이다.
1층 입구 카운터에서 예약을 확인하고 음료를 주문하면 된다. 낮에는 위 메뉴판처럼 3가지 메뉴가 나오는데, 대표 메뉴라고 하던 청귤 블랙티 트레이(청귤 블랙티+인절미 당고)를 주문했다. 네이버 예약시 결제를 이미 진행하였기 때문에 따로 추가 결제할 건 없었다.
메뉴를 주문하면 내가 예약한 시간동안 머무를 방을 알려준다. 2층이나 3층으로 올라가면, 혼자 몰입할 수 있는 작은 방들이 마련되어 있는데, 각 공간은 커튼으로 구분되어 있고 편안한 암체어, 담요, 헤드셋, 책 등이 준비되어 있어 완벽한 휴식 환경을 제공한다. 일단 의자가 생각보다 편했고 블루투스 헤드셋이 있어서 음악을 들으며 외부 소음을 차단할 수 있었다. 블루투스 헤드셋 연결방법은 벽에 자세하게 붙어있으니 참고하면 될 것 같다.
방에 들어와서 책을 고르고 있으면 주문한 메뉴를 가져다 준다. 내가 주문한 청귤 블랙티는 청귤청과 블랙티를 개인 취향에 맞게 섞어 마실수 있고 Hot/Iced를 선택해서 주문할 수 있다. 트레이에 청귤청과 스푼, 컵이 나오고 보온/보냉병에 티를 담아서 따라 마실 수 있게 가져다 준다. 여기에 곁들여 나온 인절미 당고는 쫀득하고 고소해서 맛이 좋았다.
자리에 앉아서 헤드셋을 핸드폰과 연결해서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골랐다. 다양한 책들이 있었고 그중에 눈에 들어오는 책이 한권 보여서 바로 집어서 펼쳐보았다.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이 책은 30여년간 나무의사로 지내온 저자가 쓴 책인데 오랜시간 나무와 함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삶을 연결해 설명해준다. 에세이보다 재미가 있는 소설을 많이 읽어 왔는데, 이 책은 제한된 시간내에 다 읽지 못해 나중에 따로 구매해서 읽었을 정도로 많은 의미를 준 책인것 같다.
꼭 책을 보지 않더라도 비치된 해드셋으로 음악을 듣거나 책장에 비치된 질문지와 답변 노트를 통해 생각을 정리해보면서 다른 방문자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또한 멍하니 창밖을 보면서 사색을 즐기거나 낮잠을 청할 수도 있어서 너무나 좋은 공간이었던 것 같다.
개인공간이 아닌 복도 한쪽에 보리차가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것 2가지로 비치되어 있었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음료 외에도 보리차를 배치한 사장님의 센스가 엿보인 공간이었다.
고산의 낮 고산의 밤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 2시간 또는 3시간을 예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산의 낮, 나의창가(2시간) / 고산의 낮, 나의창가(3시간)으로 선택해서 예약하면 된다. 아무때나 입장을 해서 예약한 시간만큼 머무르는 곳이 아닌, 예약프로그램마다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시간을 잘 체크해서 이용하면 된다.
고산의 낮 고산의 밤은 고요한 분위기와 잘 꾸며진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혼자만의 사색을 위한 최고의 장소인 것 같다.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일상에서 벗어나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될 터이니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분들은 예약해서 한번쯤 방문해보길 바란다.
★고산의 낮, 고산의 밤
제주 제주시 한경면 고산로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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