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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섬청년-제주/일상

[제주일상] 2023년 가을 한라산 등반기

by 우닛메이드 2024.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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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 4년차,

2022년부터 해마다 가을과 겨울엔 한라산에 가곤 한다. 특히 한라산의 가을은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절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데, 울긋불긋 물든 단풍과 시원한 가을바람 덕에 눈과 마음이 모두 즐거운 산행이 될 수 있다. 올해도 가을과 겨울의 한라산 산행을 계획하면서 작년 관음사 코스를 통해 가을 한라산을 등반했던 후기를 써 보고자 한다.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가을의 한라산은 유난히 푸르른 하늘과 선선한 바람, 그리고 산 전체를 감싸는 다채로운 단풍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라산은 백록담까지 가는 2개의 코스가 있는데, 성판악과 관음사이다. 성판악은 총 길이 9.6km로 비교적 완만한 경사와 잘 정비된 길로 많은 등산객이 찾는 코스이다. 관음사는 총 길이 8.7km로 성판악보다 짧지만 정상인 백록담까지 가는 가장 험난한 코스이며 고도의 변화가 크고 급경사가 이어진다.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한라산의 지형과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관음사 코스 안내도(출처: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

 

해마다 한라산을 다니면서 관음사로 올라가서 관음사로 내려와보기도 하고, 성판악으로 올라가서 관음사로 내려와보기도 하는 등 두 코스를 다 즐기면서 적절하게 잘 다녔던 것 같다. 관음사 코스가 좀 더 힘들지만 개인적으로는 성판악 코스는 조금 지루한 것 같아서 이번에도 관음사 코스를 선택해서 다녀왔다.

동이 트지 않은 새벽 관음사 탐방로 입구에 도착했을때, 지대가 높아서 그런지 가을인데도 초겨울 날씨처럼 쌀쌀했다. 한라산이 탐방예약제로 변경되면서 예약 시간대가 정해져 있다보니 이른 아침인데도 가을 한라산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입구는 북적북적 했다. 

 

입구를 통과하면서 신분증과 탐방예약시 카카오톡으로 전송받은 QR코드를 태그해야 입장할 수 있다. 신분증은 꼭 챙기는 게 좋지만 혹시 깜박 할까봐 불안한 나같은 사람은 모바일신분증을 미리 준비하거나 사진을 찍어두는 것을 추천한다. 

관음사 등산초입~일명 죽음의 계단

 

관음사 코스는 해발 620m에서 시작하며, 초반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졌다. 동도 트지 않는 깜깜한 밤이라 휴대용 LED랜턴이나 핸드폰 라이트를 켜고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탐라계곡 목교까지 가는길에 사진과 같은 일명 죽음의 계단이 있다. 계단의 높이가 높아 처음부터 체력을 엄청 소비하게 만든다. 

 

 

계단을 올라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다 보면 탐라계곡이 나온다. 여기에 화장실이 있어서 화장실에 들르는 걸 추천한다. 이후 삼각봉대피소까지 화장실이 없기 때문이다. 탐라계곡을 지나면서 해가 뜨기 시작했다. 중턱에 다다를 때쯤 붉게 물든 단풍과 울창한 숲이 마치 형형색색의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경치가 펼쳐졌다.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와 함께 그 틈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정말 멋있었다. 주변의 등산객들도 가을 풍경을 찍거나 눈에 담으면서 여유로운 산행을 즐기고 있었다. 가을철 한라산의 단풍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해가 뜨면서 보이기 시작한 한라산의 단풍

 

단풍을 구경하면서 계속 올라가다 보니 삼각봉이 보이기 시작했다. 삼각봉 대피소는 관음사에서 5.3km정도 올라가면 도착하게 되는 해발 1,500m 지점에 위치해 있는데, 등산객들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이다. 여기서 간식을 먹거나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면 좋다. 특히 삼각봉부터 백록담까지는 급격히 고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삼각봉대피소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을 추천한다.

삼각봉 대피소의 풍경

 

삼각봉 대피소를 지나 점차 숲이 사라지고, 바위와 돌길이 많은 고산지대가 시작된다.주로 바위가 많고 바람이 거세어서 안전한 등산 장비를 갖추고 올라가는걸 추천한다. 대신에 높고 가파른 지형이 계속되어 이 구간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의 웅장한 풍경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산 정상에 다다를수록 보이는 제주도의 전경과 구름이 흘러가는 장면이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을 주었다.

 

 

 

가을 한라산의 경이로운 풍경

삼각봉 대피소에서 1시간 반~2시간 정도 올라가면 드디어 한라산의 정상인 백록담에 도착하게 된다. 백록담은 한라산의 분화구 호수로, 날씨가 맑으면 신비한 호수를 볼 수 있다. 분화구 주변을 내려다 보면 제주도의 해안과 섬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삼각봉에서 백록담까지의 구간이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올라와서 본 풍경이 그간의 고통을 보상해 주는 것만 같았다. 특히나 가을에는 백록담이 더욱 고요하고 신비롭게 보이는 것 같았다. 물론 물이 고여 있을때도 있고 없을때도 있지만 푸른 가을 하늘과 백록담의 전경은 한라산에 잘 왔다는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다.

 

 

한라산 백록담의 모습

 

한라산 백록담에 도착하면 저 비석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등산로가 인산인해가 되는데, 꼭 인증샷을 찍고 싶다면 첫타임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정상에서 찍은 사진이 한라산 완주증서 발급시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꼭 비석이 아니더라도 백록담 또는 인근에서 사진을 찍고 준비해온 식사나 간식을 먹으며 쉬면서 핸드폰으로 발급신청을 미리 해놓는게 좋다. 

백록담 주변 풍경, 그리고 발열도시락

 

정상에서 먹을 식사나 간식은 보통 김밥이나 컵라면 등을 가져가는데, 컵라면이 부피도 많이 차지하고 뜨거운 물을 담을 보온병도 챙겨야 하다보니 짐이 많아져서 어느순간부터 발열식품을 챙겨가고 있다. 발열식품은 찬물을 부어도 발열제와 만나서 끓여주다보니 보온병을 안챙겨도 되고, 또 부피를 많이 차지하지 않아 쓰레기 처리에도 좋았다. 다만 육지에서 오는 분들은 비행기 반입이 안될 수 있으니 참고. 요즘엔 도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많이 팔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한라산 가을산행 끝!!

 

청명한 날씨, 시원한 바람, 황금빛 억새와 단풍의 장관은 한라산의 가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러한 이유로 가을철 한라산은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자연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나 또한 올해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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