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가 벌써 햇수로 5년차에 접어들었다. 그간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니기도 하고 좋았던 곳은 가고 또 가고.. 그 중 주말에 날짜만 맞다면 항상 찾는곳이 있는데, 바로 오일장이다.
오일장은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열리는 시장인데, 일정한 주기를 두고 5일마다 한번씩 열리는 장터이다. 제주에도 제주시를 비롯한 서귀포, 대정, 성산 등 여러곳에서 오일장이 열리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찾는 오일장이 두 곳이 있다. 바로 제주시와 서귀포 오일장이다. 아무래도 두 곳이 규모가 가장 커서 많이 찾게 되는 것 같다. 제주시는 2일과 7일, 서귀포는 4일과 9일에 열린다. 주로 채소나 과일 등을 구입하고 시장에서 저렴하게 파는 음식을 먹으러 찾는데, 그 중 제주시와 서귀포오일장에서 만날 수 있는 나의 소울푸드, 순대 맛집을 소개하고자 한다.
● 제주시 오일장 - 춘향이네
제주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제주시 오일장에는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인기 식당이 있다. 바로 "춘향이네"라는 식당으로, 순대 요리를 비롯해 멸치국수, 파전 등 다양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 식당은 아침 일찍부터 영업을 시작하며, 이른 시간에는 주로 오일장 상인들이 식사를 하고, 오전 10시가 되면 테이블이 꽉 차고 대기줄이 생기기 시작한다. 제주시 오일장 내에서 손님이 가장 많은 인기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춘향이네에 방문하면 항상 모듬순대와 순대국밥은 꼭 시키는 것 같다. 순대보단 부속물이 더 많은 모듬순대는 빨리 식지 않게 따뜻한 물이 담긴 대접 위에 올려져 나온다. 같이 주시는 소스와 부추를 곁들여 먹으면 정말 쫄깃하고 맛있다.
순대 이외에 다른 음식들도 즉석에서 조리해 나와서 따뜻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고, 밑반찬도 다 정갈했는데 셀프로 더 가져다 먹을 수도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보통 오일장 내 식당은 오일장이 열리는 날에만 영업을 하는데, 춘향이네는 오일장 입구쪽에 일반 식당이 따로 있어서 오일장이 아닌 날에는 일반식당으로 방문하면 될 것 같다. 그래도 난 그 북적북적한 시장 바이브가 좋아서 장날에 춘향이네를 찾을 것 같다.
● 서귀포 오일장 - 놀부네
제주시 오일장에 춘향이네가 있다면 서귀포 오일장에는 "놀부네"가 있다. 놀부네도 순대와 순대국밥 등이 있고 제철에 맞게 콩국수나 비빔국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는 바 테이블(?)도 있어 이모님이 순대를 써시거나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식사가 가능하다. 각 테이블에는 정말 매워보이는 청양고추가 가득 담겨진 바구니들이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다.
이곳 순대는 제주시 춘향이네의 순대와 사뭇 다른데, 막창순대가 메인이고 다른 부속물들이 일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순대국밥과 특이하게 순대국수가 있었는데, 일반 고기국수같은 비주얼에 큼지막한 순대가 올려서 나온다.
순대는 한두점만 먹어도 정말 든든하다. 사이즈도 워낙 큰데다가 속이 꽉 차 있고 부속물도 부드럽고 쫄깃쫄깃한데다가 특히 따뜻할때 바로 썰어서 주시는 간이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다. 순대국밥과 순대국수도 국물이 진해서 너무 맛있어서 막걸리를 세병이나 마셨던 기억이 있다. 사장님의 친절하고 인자한 미소는 덤이다.
사람들이 오일장을 찾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고, 그 지역의 특산품이나 전통 문화체험, 맛있는 먹거리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로 오일장은 단순한 시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 곳이다. 나 또한 항상 오일장에 가면 춘향이네나 놀부네에 들러 배를 든든히 채우고 장을 본다. 물론 장보기 보다는 구경하기에 가깝지만. 먹거리 이외에도 다양한 제주의 전통 문화를 즐기고 싶다면 오일장에 한번 들러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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