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로마 2일 차, 이탈리아 남부 투어(폼페이, 소렌토, 나폴리, 포지타노-아말피코스트)
로마 2일 차다. 첫날은 저녁에 도착해서 아무것도 안 했으니 2일 차가 맞다. 아침부터 비가 오고 있었다. 우연히 남부 투어를 알게 되었는데, 정해진 시간에 약속 장소로 나가면 투어 업체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이탈리아 남부 지방을 다녀오는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교통편이나 관광지를 별도로 알아볼 필요가 없고 일종의 패키지여행처럼 편하게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아 예약해 두었었다.
아침 여섯 시 오십 분에 사전 미팅 장소로 나갔다. 인원 체크하고 버스에 탑승했다. 투어 업체의 전용 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편했다. 버스에 앉으면 한국인 가이드가 본인 소개를 하고 오늘 투어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해준다. 여성분이었고 꽤 유쾌했다. 폼페이까지 2시간 반이 소요된다고 했다. 가이드가 이탈리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잘 해준다. 아침 일찍 일어나 피곤해서 자면서 갈 줄 알았는데 가이드 이야기 듣느라 즐겁게 갔던 것 같다. 가이드분께서 테르미니 역 근처의 커피와 초코 크루아상 맛집을 알려주었었는데, 다음날 로마를 떠나기 전 마지막 끼니로 맛있게 잘 먹었던 기억이 있다.
버스를 타고 폼페이로 가면서 이 투어가 아니었으면 내가 알아서 이런 곳을 찾아가 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가이드분 말로는 이탈리아는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동네가 빈곤하고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부유하다고 한다. 그래서 남쪽으로 갈수록 치안이 좋지 않다고 일행을 이탈하지 말고 같이 움직이라는 말을 몇 번이고 하셨었다.
폼페이 도착. 출발할 때 로마는 분명 비가 왔는데 남쪽으로 내려오니 햇빛이 찌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나폴리의 남동부에 자리 잡은 폼페이는 원래는 항구도시였다고 한다. 큰 지진이 일어나 큰 피해를 당하였는데, 복구되어 훨씬 훌륭한 도시로 재건되었으나, 베수비오 화산의 대폭발로 2,000여명이 사망하고 화산재가 덮어버려 소멸한 슬픈 도시 중 하나이다.
복원된 저런 동상들의 표정이 너무 슬퍼보였고 황망한 도시에 예쁘게 피어있는 꽃들이 참 아이러니 했다. 투어 일행들과 함께 예전에 극장, 시장 등 편의시설이 있었다는 폼페이의 자리를 둘러보면서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니 뭔가 애잔했다.
폼페이 투어를 끝내고 소렌토와 나폴리로 가기 전 투어 인원들끼리 식사를 했다. 해산물 파스타와 새우, 오징어 튀김, 그리고 샐러드를 먹었는데 해산물 파스타는 어제저녁에 먹었던 집보다 소스가 더 내 입에 맞았다. 튀김은 음...노코멘트 하겠다.
식사를 끝내고 소렌토와 나폴리로 가는 길, 가이드분께서 소렌토와 나폴리는 창밖으로만 봐야 한다고 했다. 이유는 남부 투어 시 나폴리에서 자유시간을 줬었는데 투어 여행객이 괴한을 만나 여권, 지갑을 다 뺏기고 다쳤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치안 문제상 소렌토와 나폴리에서는 정차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폴리는 이렇게만 보고 끝났다. 세계의 3대 미항이라는 아름다운 수식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치안 때문에 정작 가까이 가보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다행히 가이드분께서 소렌토가 내려다보이는 길에서 잠깐 세워주셔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버스 안에서 창밖 풍경만 보고 있으니까 가이드분께서 투어객들이 지루해 보였는지 자꾸 이탈리아에 대해 말씀을 해주셨다. 길옆으로 올리브 나무가 많이 심겨 있었는데, 올리브의 지방은 불포화 지방산으로, 항산화와 항염 성분이 풍부한 건강식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탈리아에서는 올리브를 신이 주신 선물이라 부르며 이러한 이유로 이탈리아 또한 장수국가에 속한다고 했다.
소렌토를 지나 아말피코스트로 가는 해안도로가 절벽에 엄청난 경사로 만들어져 있었다. 주변 풍경은 너무 멋있었지만 버스에 타 있는 나는 너무 무서웠다. 가이드분 말씀이 여기에서 자동차 광고를 그렇게 찍는다고 한다. 이런 해안도로 아니 절벽을 큰 버스가 정말 능숙하게 운전하며 내려가는데 이탈리아 현지 운전기사님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절벽 해안도로 중간쯤 땅을 밟아볼 수 있었다. 포지타노의 아말피코스트까지는 큰 버스가 들어갈 수 없어서 미니버스로 갈아타고 가야 한단다. 그래서 미니버스로 환승하고 아말피코스트로 들어갔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예뻤다. 기사님이 빨리 내려주셨으면 할 정도로 얼른 내려서 눈에 담고 싶은 마음에 현기증이 났다. 미니버스가 정차하고 내려서 해변까지는 걸어가야 한다고 했다. 걸어가면서 옆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멋있어서 계속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드디어 아말피코스트!!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지상낙원 1위라고 한다. 포지타노는 레몬이 유명한데 꼭 먹어봐야 한다는 레몬 맥주 한 병을 사 들고 아말피코스트 해변을 걸었다. 투어 여행객들끼리 금세 친해져서 우리는 스피드보트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보트가 너무 빠르고 익사이팅하게 달려서 빠질까 봐 손잡이 잡고 있느라 사진은 잠깐잠깐 세워줄 때밖에 못 찍은 것 같다. 절벽에 어떻게 저렇게 집을 지었는지, 저런 집에 사는 사람은 이런 아름다운 바다를 매일 보겠구나 하는 생각에 내심 부럽기도 했다.
바다를 실컷 보고 레몬 사탕도 사고 돌아와서 다시 미니버스를 탔다. 미니버스는 대형버스가 정차했던 곳에서 나를 내려주었고, 잠깐의 시간이 나서 다시 한번 절벽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 도로가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광고를 찍은 곳이라고 가이드분께서 말씀해주셨다. 포지타노는 정말 멋진 곳이었다.
포지타노에서 로마로 돌아오는 버스에선 그냥 뻗었던 것 같다. 로마에 도착해서 모두 좋은 여행 하라며 인사하고 숙소로 돌아왔을 땐 하루가 끝나고 있었다.
이렇게 로마 여행은 끝났다. 로마에 오면 거의 다 한다는 바티칸 투어를 못 했지만, 그 대신 이렇게 멋진 남부 투어를 했으니 됐다. 이제 피렌체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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