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피렌체 2일 차(1), 피렌체 두오모, 조토의 종탑, 피사의 사탑
전날 밤 거하게 달렸다.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야경에 취해, 와인에 취해, 오랜만에 외롭지 않은 여행을 했더니 기분이 좋아서 양주까지 먹어버리다니,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지만 여기까지 와서 하루를 날려버릴 순 없었다. 정신력으로 일어나 시원한 물 한잔하고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어제 줄이 길어서 못 들어간 조토의 종탑을 올라가려고 아침 8시 30분에 피렌체 두오모로 갔다. 숙소의 위치가 좋은 건지 피렌체 시내 쪽으로 갈 때는 항상 산타마리아 노벨라 광장을 지나는데, 이날도 역시 날씨가 화창하니 너무 좋았다.
브루넬리스키 돔은 너무 인기가 많아 어차피 피렌체에 있는 동안 못 갈 것 같고(맞다 나 지오토 패스로 예약했지,,어차피 못 감) 오른쪽에 있는 조토의 종탑을 올라가기로 도전, 무려 높이가 84mm, 414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코스인데 엘리베이터 이런 건 없다. 조토의 종탑에서 보는 브루넬리스키 돔과 피렌체 시내 풍경이 그렇게 멋있다고 해서 얼마나 멋있는지 올라가 보기로 했다.
8시 50분쯤 도착했는데 다행히 대기 줄이 하나도 없었다. 예약하고 인쇄해온 예약증을 보여주고 바로 계단에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에 오르기 시작하자 갑자기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계단은 생각보다 좁았고 올라가는 길 내려오는 길 구분이 되어 있지 않아서 코너를 돌 때는 서서 기다렸다가 올라갔다. 이래서 두오모 패스 홈페이지에 심혈관, 호흡기 질환, 현기증, 폐소공포증 및 임산부한테는 권하지 않는다고 했구나... 뒤에도 사람이 계속 따라 올라오고 권장 방문 시간은 45분이라는 걸 홈페이지에서 봐서 숙취에 힘들어할 겨를도 없이 계단을 오르고 또 올랐다. 어제 술을 괜히 먹었구나 하는 후회를 하며 올라갔더니 어느새 종탑의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이런 철조망? 이 처져 있어서 시야를 가리긴 했지만, 브루넬리스키 돔을 포함한 피렌체 시내가 시원하게 다 보였다. 어젯밤 노상을 깠던 미켈란젤로 언덕도 보이고, 멋진 풍경을 보니 숙취가 싹 가시는 것 같았다.
두오모를 내려와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기로 했다. 일단 뭘 좀 먹어야 했다. 근데 뭐가 뭔지 모르니까 검색하면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전날 광란의 음주를 함께한 동생에게 연락이 와서 피사와 친퀘테레 당일치기를 다녀오기로 했다. 그렇게 아침에 해장은 하지 못했다.
친퀘테레까지 갈 거라 친퀘테레 마을 열차가 출발하는 라스페치아(Laspezia)역까지 가는 티켓을 구매했다. 이 티켓으로 피사에서 내려서 피사의 사탑과 피사 두오모를 구경한 뒤, 다시 피사역에서 라스페치아까지 가는 기차를 타면 된다고 했다. 피렌체에서 피사까지 1시간, 피사에서 라스페치아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피렌체에서 피사로 가는 열차에서 남은 숙취를 해소하려는 듯 둘 다 뻗었던 것 같다. 얼마 후 피사역에 도착했는데, 피사역에는 허름한 옷차림을 한 소매치기범이나 구걸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피사역 건너편에서 버스를 타고 다섯정거장 정도 가면 피사의 사탑에 도착한다.
피사의 사탑은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하는 탑의 모습 때문에 종탑으로 속해 있는 피사 대성당보다 훨씬 유명하단다. 피사 탑의 높이는 가장 높은 쪽이 56.67m, 낮은 쪽은 55.86m로 남쪽으로 5도 이상 기울어져 있다고 한다. 종탑을 착공할 당시부터 탑의 한쪽 지반이 가라앉으면서 기울어졌다고 한다. 정말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는데 버티고 있는 게 신기했다. 사람들이 피사의 사탑을 팔로 미는 것처럼, 발로 버티고 있는 것처럼 인증샷을 많이 찍는다고 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못 찍었다. 어디서 어떻게 찍던 주변엔 사람들이 다 같이 찍혀 있었다.
피사의 사탑은 들어가서 올라가 볼 게 아니면 굳이 티켓을 구매하지 않아도 두오모 광장의 건물 외관은 볼 수 있다. 올인원 패스를 구매하면 피사의 사탑뿐만 아니라 주변 두오모의 대성당, 세례당, 오페라 박물관, 시노피아 박물관 등을 다 둘러볼 수 있다고 하는데 난 친퀘테레도 가야하고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 티켓 구매는 포기하고 밖에서 건물 외관만 구경했다. 나중에 알아봤는데 피사의 사탑을 제외한 두오모 다른 모든 건물을 들어가 보는 티켓은 10유로인데 피사의 사탑이 가장 유명해서 그런지 피사의 사탑을 올라가게 되면 27유로가 되더라. 피사에는 사탑이 있는 두오모 광장 말고는 별로 가볼 만 한 곳이 없기 때문에 피사만 하루 코스로 잡았다면 올인원 패스를 사서 여유 있게 전체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피사의 사탑이 있는 두오모 광장 또한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이탈리아에는 지역마다 두오모(대성당)가 있는데, 피렌체나 밀라노의 두오모가 가장 유명하지만 피사의 두오모가 가장 오래된 성당이며 189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한다. (지식백과 참조, 다음엔 꼭 공부하고 다시 와야겠다.)
실제로 피렌체의 두오모를 보고 피사의 두오모를 보니 비슷한 듯 하면서도 모양이 다른 듯했다. 나중에 가본 밀라노의 두오모는 굉장히 공격적으로 뾰족뾰족한 데, 피렌체나 피사의 두오모는 둥근 지붕이 있는 푸근한 모습이었다. 같은 나라의 다른 도시에 같은 목적으로 지은 건물의 건축방식이 다 다르다는 점도 신기했다.
피사의 사탑과 두오모 광장을 구경하고 드디어 해장하러 갔다. 같이 온 동생도 아침부터 한 끼도 못 먹었기 때문에 두오모 광장 입구에 있는 맥도날드를 발견하고 바로 들어갔다. 뜨끈한 국물이 당겼지만 선택 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매콤한 소스가 들어간 햄버거로 해장했다.
그리곤 친퀘테레로 가기 위해 라스페치아로 가는 열차를 탔다. 친퀘테레에선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2부에 계속)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