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피렌체 1일 차, 로마~피렌체 이동, 베키오 다리, 미켈란젤로 언덕 야경



피렌체로 이동하는 날이다. 로마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침부터 비가 왔다. 테르미니 역으로 가서 피렌체로 가는 열차를 탈 예정이다. 미리 나와서 전날 남부 투어 가이드분께서 알려주신 카페 'Mercato Centrale Roma'로 갔다. 테르미니 버스 정류장 바로 옆에 있었다. 그렇게 맛있다는 초코크로와상으로 아침을 먹기 위해서였다. 가이드분께서 초코크로와상과 에스프레소 조합이 그렇게 좋다고 하셨는데 난 도저히 에스프레소를 마실 용기가 안 나서 카푸치노를 시켰다. 초코 크로와상은 내 입맛엔 너무 달았다. 그리고 즉석에서 실시간으로 착즙이 되고 있는 오렌지 주스까지 한잔 든든하게 마신 뒤 피렌체로 가는 열차에 탑승했다. 열차에 타서 캐리어를 잘 보관한 뒤 여행책을 펼쳐서 피렌체 코스를 짰다. 열심히 피렌체 코스를 짜다가 창밖을 보니 날씨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피렌체의 중앙역인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에 도착했다. 로마에서 피렌체까지는 1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 것 같다. 일단 숙소에 가서 체크인하고 짐을 좀 두고 나와야 했다.



숙소에 체크인한 뒤 산타마리아 노벨라 광장으로 나갔다.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건물이나 분위기가 로마랑 사뭇 다른 것 같았다. 우선 피렌체에서 꼭 가봐야 한다는 두오모로 갔다. 예약해도 줄이 길 수 있다고 해서 일단 두오모 패스를 예약하고 저녁이나 아침 시간대를 노리기로 했다.

두오모 패스는 브루넬레스키 패스 / 지오토 패스 / 기베르티 패스 이렇게 3종류가 있는데, 패스마다 방문할 수 있는 곳이 다르다.
Brunelleschi Pass(브루넬레스키 패스-통합권) - 브루넬레스키 돔, 조토의 종탑, 산 조반니 세례당, 두오모 박물관, 성당, 지하 예배당 등을 방문할 수 있다.
Giotto Pass(지오토 패스) – Brunelleschi Pass(브루넬레스키 패스-통합권)에서 브루넬레스키 돔만 뺀 나머지 5곳을 방문할 수 있다.
Ghiberti Pass(기베르티 패스) – Giotto Pass(지오토 패스)에서 조토의 종탑을 뺀 나머지 4곳을 방문할 수 있다.
나는 6곳을 모두 방문할 수 있는 브루넬레스키 패스(통합권)를 예약하려고 했다. 근데 브루넬레스키 돔을 이용한 날짜부터 3일간 유효하다는데 나는 피렌체에 2박 3일만 있을 예정이었고 첫날에 브루넬레스키 돔에 예약 가능한 시간대가 없었다. 두오모 중 브루넬레스키 돔이 인기가 제일 많고 여기만 예약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브루넬레스키 돔을 제외한 5곳을 방문할 수 있는 지오토 패스를 구매했다. 가격은 20유로였다.



지오토 패스는 구매 시 지정한 날짜부터 3일간 사용할 수 있었다. 나는 어차피 2박 3일이라 피렌체에 도착하는 날부터 시작으로 구매해서 조토의 종탑을 올라가려고 갔는데 줄이 너무 길었다. 저녁 늦게나 아침 일찍을 노려야 할 것 같아 돌아섰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베키오 다리로 갔다. 베키오 다리로 가는 길에 가죽 매장이 엄청 많았는데, 알고 보니 피렌체는 가죽으로도 유명한 도시라고 했다. 로마는 아침부터 비가 왔는데 한 시간 반 거리의 피렌체는 날씨가 너무 좋았다. 피렌체 시내는 도보로 거의 돌아볼 수 있어 편하게 걷기로 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베키오 다리 풍경도 너무 멋있었다.



베키오 다리 주변 보이는 레스토랑에 그냥 들어갔다. 쉬림프 리조또에 화이트 와인 한 잔을 시키고 천천히 밥을 먹으면서 뭐 할지 생각했다. 솔직히 한국에서 항공권 구매하고 이동하는 열차 티켓, 숙소만 정해놓고 왔다 보니 즉흥적으로 가고 싶은데 가면 되었지만, 그마저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했다. 그래서 밥 먹으면서 계속 검색했던 것 같다. 밥 먹고 나와 피렌체 거리를 그냥 걸으면서 구경하기로 했다. 바닥에 파스텔로 예술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신기해서 그 앞에서 한참 보고 있었다. 퍼레이드를 하는 사람도 보이고, 피렌체는 확실히 로마보단 더 활기차고 밝은 도시였다.
두오모 통합권도 구매했고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에서 우연히 한국인 동생들을 만나 잠깐 얘기를 나누다 보니 금방 친해져서 오후 및 저녁 일정을 함께 하기로 했다. 뭐 딱히 일정이라고 해봐야 베키오 다리에서 석양을 보고(난 석양을 참 좋아함)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라가서 피렌체 야경을 보면서 와인 한잔하기로 한 거였다. 먼저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 이탈리아도 와인이 정말 싸서 와인 3병과 맥주 6병, 그리고 안주 및 물까지 샀는데도 30유로 정도밖에 안 나왔던 것 같다. 우리나라의 와인 1병 값이었다.


장봐서 짐을 나눠 들고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 베키오 다리의 석양을 보았는데 너무 멋있었다. 오늘 처음 본 친구들과 웃고 떠들면서 술을 마시러 가고 있다니, 나 로마에서 너무 외로웠나 보다. 너무 즐겁고 기대가 됬다.



미켈란젤로 언덕에 도착했다. 해는 이미 져 있었는데 야경이 너무 멋있어서 한참 동안 카메라 셔터만 눌러댔던 것 같다.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하면서 로마에서와는 다른 외롭지 않고 재밌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같이 간 일행과 더불어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여행객들까지 모여서 언덕 계단에 앉아 와인과 맥주를 마셨다. 서로 자기소개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면서 더 친해질 수 있었다. 특히 좋았던 점은 서로의 여행 일정을 물어보면서 얘기를 나눴는데, 내가 다음에 갈 도시를 이미 다녀온 친구들도 있었고 내가 다녀온 로마를 다음 일정으로 가는 친구들도 있었다. 서로 먼저 다녀온 여행지에 대해 알려주면서 정보를 교환한 게 너무 좋았다. 실제로 유럽의 북쪽으로 여행 코스를 짠 나는 북쪽에서 온 친구의 말을 듣고 밀라노에서 경량 패딩을 샀다. 그 친구의 말처럼 프라하로 가니 이탈리아와는 다르게 상당히 추웠고, 그 경량 패딩은 프라하와 스위스에서 정말 유용하게 잘 입었다.
오늘 처음 봤지만 같은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타지에서 정말 즐겁게 놀았고, 숙소 근처로 가서 한 잔 더 하자 하면서 베키오 다리를 다시 건너 돌아오는데, 이런 빛이 비치고 있었다. 2차 하고 사람들과 더욱 친해져서 숙소에 돌아온 후 맥주, 양주 가리지 않고 즐겁게 마시고 나서야 새벽 세 시쯤 잠이 든 것 같다. 다음날 일정은 생각지도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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