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살다보니 여행객들이 붐비는 식당에 가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예전에 여행으로 제주를 올 때는 그런곳만 찾아다녔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거나 정말 맛있어서 그랬다기 보다 그런곳에 다녀왔다는 일종의 성취감(?)같은 거였다. 제주생활 5년차에 접어들다 보니 단골이라고 할만큼 빈번한 횟수는 아니지만 간헐적으로 "아 이 음식은 여기!"하고 찾는 식당이 몇군데 생겼다. 그 중 쌀국수 하면 무조건 여기! 서귀포 대정에 위치한 "반양"이다.
반양은 올레길 12코스 근처에 있다. 올레길을 걷다가 만날 수 있지는 않고, 조금만 벗어나면 넓은 테라스가 있는 반양을 만날 수 있다. 주차는 건물 옆 주차장이나 도로 갓길에 주차하면 된다.
내부는 넓은데 반해 테이블을 많이 놓지 않아 편안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자리가 없다면 입구에 있는 태블릿으로 줄서기 예약을, 자리가 있다면 홀에 계신분의 안내를 받고 테이블에 비치된 태블릿메뉴판으로 주문하면 된다. 반양은 주문과 동시에 결제를 해야하니 참고할 것.
보통 쌀국수 하면 베트남을 많이 떠올리는데, 여기는 태국식 쌀국수를 파는 곳이다.(사실 베트남도 태국도 가본적은 없다). 찾아보니 베트남은 쇠고기 또는 닭고기 육수를 많이 사용하고, 태국식은 돼지,닭,해산물을 기본으로 한 국물을 사용한다고 한다. 실제로도 반양의 테블릿메뉴판 위에 안내사항을 보니, 스리라차, 해선장 등의 소스와 베트남 음식은 없다고 적어놓았다.
테이블에 앉아서 주문 및 결재를 하고 나면 물과 기본 소스4종(고춧가루, 식초, 액젓, 땅콩)을 가져다 주신다. 이 외에 앞접시등은 셀프바에 있으니 참고하면 될 것 같다. 여러번 가봤는데 항상 먹었던 메뉴는 갈비쌀국수와 팟무쌉(다진 돼지고기볶음 덮밥)을 먹었고 사이드로 솜땀이나 텃만꿍을 추가해서 먹었다.
갈비쌀국수는 쌀국수 면 위에 맑은 국물, 통 갈비가 올려져 나온다. 갈비는 뼈에 붙은 갈비와 수육처럼 두껍게 썬 고기도 같이 나오는데, 고기가 너무 질기지 않고 부드러워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국물 또한 정말 맑은데 진한 풍미가 느껴져서 근래에 먹었던 국물중에 가장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처음 먹을 때 비주얼에 반해 약간의 실수(?)를 할 수 있는게, 위에 올려진 고기를 먹다보니 밑에 쌀국수가 다 불어있었다. 음식이 나오면 다른 접시에 고기를 옮겨놓고 고기와 육수, 쌀국수를 함께 즐기면 좋을 것 같다.
팟무쌉은 밥위에 다진돼지고기볶음과 계란프라이가 올려져 나왔다. 밥은 강황을 사용하여 지은듯 노란색을 띄고 있었는데, 약간의 향신료 향이 났다. 돼지고기볶음은 조금 많이 매콤했는데 계란프라이와 밥과 곁들여 먹으니 간이 딱 맞아 맛있게 먹었다.
솜땀(그린파파야샐러드)은 궁금해서 한번 시켜봤는데, 생각했던 것과 다른 맛이었다. 상큼하고 라이트한 샐러드로 생각했는데, 매운맛도 나고 새콤한 맛도 나고 짠맛도 났다. 나중에 찾아봤더니 파파야에 고추, 라임주스, 피시소스(액젓)등이 들어간다고 한다. 다양한 맛이 나서 쌀국수,팟무쌉과 함께 반찬처럼 먹으니 잘 어울리긴 했는데,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갈리긴 할 것 같다.
반양에 다니면서 변한것은 고수를 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언젠가 월남쌈을 포장해서 가져온 적이 있는데, 고수를 같이 포장해줘서 다른 채소도 못먹었을 정도로 고수를 싫어했었다. 반양에서 식사를 하면서 처음엔 기본으로 나오는 고수를, 이후부터는 태국음식과 잘 어울려서 추가까지 해서 먹었다. 고수의 고수(?)가 되었다고 할까.
딱 쌀국수만 먹을게 아니라면 지인이나 친구, 가족과 같이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혼자가서 두 메뉴를 시키기에는 양이 좀 많다. 실제로 혼자 갔을때 갈비쌀국수와 솜땀을 시키거나 텃만꿍(태국식 새우튀김)을 1pcs정도만 시켜서 먹었어서 다른 메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쌀국수 외에도 타마린 치킨이나 팟타이등 다른 메뉴들도 판매하고 있으니 여럿이 가서 다양한 메뉴들을 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솔직히 베트남도, 태국도 가본적이 없어서 현지에서 먹는 쌀국수가 어떤 맛인지 모른다. 하지만 가본 사람도, 나처럼 안가본 사람도 호불호 없이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쌀국수였던 것 같다. 제주 여행을 오면 항상 찾는 메뉴가 아닌 색다른 음식을 찾는다면 반양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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