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프라하 2일 차, 프라하성, Husa-꼴레뇨와 맥주, 하벨 시장 구경, 천문시계탑
유럽와서 처음 만나게 된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충전하고 프라하성을 오르기 시작했다. 온통 계단이었다. 프라하성에 거의 다다를 때쯤 계단 옆으로 멋진 풍경이 보였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흐려서 아쉬웠다. 사실 프라하성에 올라오는 사람 중 대부분은 프라하성보단 광장에서 내려다보이는 프라하 시내를 보러 올라오는 것 같았다. 대부분 프라하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펜스 쪽에 있었기 때문이다. 프라하성 광장에도 스타벅스 매장이 있는데, 매장 건물 옥상에 걸터앉아서 찍으면 프라하 시내가 다 내려다보여서 멋진 인생샷이 나온다고 한다. 나 또한 외국인한테 부탁해서 한 컷 찍고 나도 한 컷 찍어줬다.
프라하성은 체코의 수도 프라하의 블타바강 서쪽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프라하의 초기 역사부터 존재해 왔고 현재는 체코 공화국의 대통령 관저가 이곳에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옛 성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가 있다고 한다. 프라하성 티켓 부스에서 입장티켓을 구입해서 들어가 볼까 했는데, 흐린 날씨가 비가 곧 쏟아질 것 같아 다음을 기약하고 펜스 밖에서 군인 사열만 보다가 내려왔다. 날씨만 좋았다면 진짜 딱인데, 흐리니까 프라하 시내 풍경 사진도 실제로 보는 그 색감이 안나 온 것 같아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데, 까를교를 건너니까 다시 날씨가 좋아졌다. 유럽은 정말 갑자기 비가 오고 갑자기 해가 뜨고, 날씨 변덕이 심한 것 같다. 그래도 까를교 건너면서 양쪽으로 한 컷씩 찍은 사진은 색감이 좋아졌다.
뜨레들로와 커피를 마셔서 크게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첫 끼니를 때우기로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음식이 워낙 짜기도 했고 너무 복잡하고 사람도 많으니까 그냥 근처 아무 데서나 끼니를 때웠는데, 프라하는 이상하게 좀 여유가 있어서 낮술을 하기로 했다. 프라하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 중 하나가 콜레뇨라고 해서 Husa라는 곳에서 콜레뇨와 함께 코젤다크도 판매한다고 해서 찾아가 보기로 했다.
Husa는 카를교에서 거리가 1km 내외여서 그냥 걸어갔다. Husa 내부는 꽤 넓었다. 일단 콜레뇨와 코젤 다크 맥주를 시켰는데 직원이 지금 맥주 행사라며 스타로프라멘 맥주를 권했다. 귀가 얇은 나는 또 바로 갈아탔다.
우선 스타로프라멘(Staropramen) 맥주가 나왔다. 이 스타로프라멘 맥주가 프라하의 시장점유율 1위인 맥주라고 한다. 양조장도 1869년에 설립되어 굉장히 유서가 깊고, 체코 맥주 생산량 2위, 필스너우르켈, 부드바르와 함께 체코 3대 맥주 브랜드라고 한다. 난 사실 체코는 코젤인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스타로프라멘 맥주는 국내에도 잘 없는 것 같아서 몰랐다. 근데 일단 가격이 47코루나(2700원) 정도로 엄청 저렴했다. 행사 중이라고 했으니 저렴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맛은 그냥 많이 먹어본 맥주 맛이긴 한데 기분 탓인지 뭔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다.
맥주로 목을 축이고 있으니 콜레뇨가 나왔다. 콜레뇨는 체코의 전통 요리 중 하나로 돼지의 앞다리 무릎 부분을 맥주에 삶은 후 오븐에 구운 음식이라고 한다. 간장 베이스의 양념에 풀 절여져 나오는데, 살코기가 은근히 많고 껍질이 쫄깃쫄깃해서 맛있었다. 매시포테이토와 같이 나오는데, 같이 먹으니 부드럽게 술술 넘어갔다. 물론 맥주도 말이다.
콜레뇨와 맥주를 신나게 먹다 보니 아쉬워서 한 잔 더 주문했다. 이번에는 벨벳(Velvet) 맥주를 주문했다. 목 넘김이 벨벳처럼 부드러워서 벨벳 맥주라 한다는데, 도수가 좀 높은 맥주였는지 마시고 나니 알딸딸했다. 벨벳 맥주는 75코루나(4300원) 정도였다.
확실히 체코는 물가가 저렴했다. 콜레뇨와 맥주 두 잔을 마셨는데 447코루나(25,000원) 정도가 나왔다. 콜레뇨가 18,000원 정도 하나 보다.
콜레뇨에 맥주 2잔을 마시고 나왔더니 알딸딸한 게 기분이 좋은 듯하면서도 과식했는지 속이 더부룩했다. 소화도 시킬 겸 하벨 시장 쪽으로 걸어가서 좀 걷기로 했는데 5분도 안 돼서 도착했다. 프라하는 교통권을 구매할 필요가 없었다. 하벨 시장 초입에 마침 젤리 가게가 있어서 주전부리로 살 겸 들어가 보았다. 다양하고 화려하고 귀여운 각양각색의 젤리들이 오크통 위에 올려져 있었다. 오크통 밑에 젤 리가 가득 들어있나? 나는 그게 궁금했다. 사는 건 우리나라의 젤리 가게와 똑같다. 먹고 싶은 만큼 젤리를 담고 무게 측정해서 계산하고 오면 된다.
날씨가 엄청나게 좋아졌다. 하벨 시장으로 들어가니 정말 많은 걸 팔고 있었다. 과일부터 각종 식자재, 그리고 공예품, 기념품, 액자 등등 종류가 정말 많았다.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는 게 많았는데 여전히 짐을 늘리고 싶진 않아서 하벨 시장을 뒤로하고 구시가지 광장으로 향했다.
구시가지 광장엔 천문시계탑을 보러 갔다. 광장이 너무 넓어 한참 헤맸는데, 한쪽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을 발견해서 그쪽으로 가 보았더니 천문시계탑이 있었다. 천문시계탑은 1410년에 최초로 설치되어 세계에서 3번째로 오래된 천문시계이며, 여전히 작동하는 천문시계로서는 가장 오래되었다고 한다. 정시가 되면 인형들이 나와서 인형극을 한다. 그래봐야 뭐 움직이면서 돌고 도는 거지만, 그래도 귀여웠다.
밥도 먹었겠다. 낮술도 한잔해서 그런지 천문시계를 보고 나니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숙소로 가서 좀 쉬다가 다음 일정을 해야지 하면서 가는데, 저런 마네킹을 빙자한 진짜 사람 때문에 너무 놀랐다. 지나가면서 보면 마네킹인가 싶을 정도로 미동이 없는데, 가장 가까이 갔을 때 갑자기 움직이면서 사람을 놀라게 한다. 솔직히 진짜 짜증이 나서 한 대 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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