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프라하 1일 차, 프라하 시내, 카를교, 뜨레들로-굴뚝빵, 드디어 스타벅스를 만난 날
전날은 프라하 공항에 밤늦게 도착해서 새로운 도시라 겁도 나고 긴장한 탓에 허겁지겁 숙소로 와서 체크인 후 잠이 들었는데, 침대가 너무 불편해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아침에 일어나 제대로 다시 알아보니 숙소가 번화가에서도 좀 멀기도 하고 침대도 불편했으니 3박 4일 일정동안 너무 번거로울 것 같았다. 한참 고민하다가 3박으로 예약하고 이미 다 지불한 숙소 값을 날리고 프라하 시내의 다른 숙소로 옮기기로 했다. 번화가 쪽에 한국인들이 많이 간다는 숙소로 알아봤는데, 다행히 자리가 있어서 예약을 걸고 움직이기로 했다.
숙소 체크아웃 후 프라하 시내를 걸었다. 너무 밤에 도착한 탓에 밝을 때 처음 보는 프라하의 풍경이었다. 유럽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나라마다 분명 다른 특색이 있었다. 이탈리아의 건물은 웅장하고 화려했다면, 프라하의 건물은 각이 지고 네모반듯했다.
트램을 타기 위해 교통권을 구매해야 했다. 프라하 또한 교통권이 있었는데, 지하철이나 트램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 시간권으로 있었다. 유로를 쓰는 이탈리아와 달리 자국 화폐를 쓰는 나라라 그런 건지, 유로와 코루나의 환율 자체가 달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이탈리아에 비해 물가가 엄청나게 싸게 느껴졌다. 프라하 교통 3일권이 330코루나로 유로로 환산하면 15유로 정도밖에 안 됐으니까. 다만 프라하는 웬만한 여행지는 걸어서 이동할 수 있고 그때그때 교통권을 구매해도 그렇게 비싸지 않아서(30분 권이 1500~1800원 정도, 환승 감안해도 우리나라보다 싼 듯했다.) 필요할 때마다 구입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교통권 구매 후 트램을 타고 프라하 번화가에서 내려서 숙소 쪽으로 걷다 보니 숙소 근처에 코젤 맥주 직영점이 있었다. 잘됐다. 밤마다 맥주를 즐길 수 있겠다.
체크인 시간이 남아서 숙소에 짐만 맡기고 시내를 돌아보기 위해 나왔다. 날씨 운 끝까지 따라주길 바랐는데 프라하 날씨 왜 이래,,날씨운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우선 사람들이 많이 간다는 카를교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새로 예약한 숙소는 프라하성으로 갈 수 있는 카를교 바로 앞이라 위치 또한 너무 만족스러웠다.
카를교는 프라하 블타바강 우측 시내와 좌측 언덕 위에 세워진 프라하성을 연결해 주는 다리로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이자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라고 한다. 프라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황제 중 한명인 카를 4세가 놓은 다리라 그의 이름을 따 카를교라고 한다.
카를교 위에선 사진이나 그림, 액세서리 등을 파는 노점상들이 많고, 버스킹을 하는 사람도 볼 수 있었다. 날씨가 맑았다면 건물들의 색감이나 블타바강이 더 예쁘게 보였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야경이 멋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야경을 기대해 보기로 했다.
프라하성을 향해 카를교를 건넜다. 시내에서 카를교에 진입해서 프라하성 방향으로 걷다 보면 다리가 끝나는 즈음부터 새로운 거리가 시작된다. 식당이나 디저트 가게, 액세서리점까지 흔히 봐오던 유럽의 시내 풍경이다.
거리 초입부터 빵 냄새가 가득했다. 찾아보니 근처에 뜨레들로(굴뚝빵)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 굴뚝 모양이라 굴뚝빵이라고도 하는데,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구워지는 걸 보고 있으니 하나 먹어보고 싶어서 샀다. 물론 오리지널을 먹어봤어야 하겠지만 미리 만들어놓은 샘플을 보니 초콜릿 스트로베리가 당겼다. 굴뚝빵 안에 생크림을 가득 넣어놓고 위에 초콜릿 시럽과 딸기를 올려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주문했는데 내 실수였다. 유럽을 만만하게 봤나... 빵을 먹다 보니 굴뚝빵 안에도 생크림이 가득한 게 아니라 초콜릿 시럽과 딸기가 담뿍 담아져 있었다. 나는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머리가 아플 정도로 달았다. 그래도 빵과 같이 먹으니 그럭저럭 먹을 만 해서 먹긴 먹었는데, 빈속에 단 게 들어가서 그런지 속이 조금 안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빨리 이 단 기분을 없애고 싶었다.
프라하성 쪽으로 걸어 올라가면서 입을 개운하게 해줄 무언가를 마시고 싶어서 가게를 찾았는데, 멀리서 너무 반가운 간판이 보였다. 바로 스타벅스였다. 이탈리아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는데, 드디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겠구나. 이탈리아는 커피의 자부심이 세서 스타벅스가 들어와도 잘 안 된다고 하고 밀라노 쪽에 몇 개 매장이 있다고는 했지만 나의 밀라노 일정이 짧았던 탓인지 실제로 보지 못해서 유럽와서 처음 본 스타벅스였다. 드디어 체코에 와서 스타벅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는구나!
스타벅스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마음이 놓였다. 매장 한쪽에는 다양한 텀블러와 머그잔들이 많이 보였다. 여행하는 사람 중 그 나라의 스타벅스를 다니면서 머그잔을 모은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서 나도 하나 사볼까 했지만 여행의 중반이고 짐을 늘리고 싶지 않아서 패스했었다. 그런데 이후 여행을 하면서 좀 후회했다. 독일, 프랑스 다 스타벅스가 있었고 그 도시의 특색에 맞게 머그잔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기념으로 한 개씩 사 올 걸 그랬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한국보다 쌌다. 아니 아이스 아메리카노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한국보다 저렴했다. 1코루나가 55원정도 하니까 69코루나면 3800원 정도 했다. 한국이 톨 사이즈 기준 4500원이니까, 700원 정도 싼 거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해서 들고나왔다. 마시면서 프라하성에 올라가야지. 한 모금 마시니 살 것 같다. 아주 오랫동안 못 먹었던 약을 오랜만에 먹는 기분이랄까. 쌉싸름한 커피가 들어가니 굴뚝빵의 단맛도 싹 사라지고 개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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