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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다녀온촌놈/유럽여행 준비

[유럽 여행] 유럽여행 계기, 유럽여행 준비

by 우닛메이드 202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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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13년 차.

첫 출근의 설렘, 첫 월급의 행복, 첫 휴가, 승진, 이직하면서도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그치던 내 모습은 어디 가고 나는 사회생활에 찌들어 스트레스받을 때 소주나 기울이는 30대 총각이 되어있었다.
품질 업무를 해오면서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차는 구매한 지 4년 만에 9만킬로 가까이 탔으며 정말 많은 보고서를 포함한 각종 서류작업에 야근을 밥 먹듯이 하던 생활이었다. 정말 바쁠 때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자고 눈 뜨면 씻고 나와야 했다. 다들 이렇게 살겠거니 하며 똑같은 일상을 되풀이하던 어느 날, 야근 후 피곤함에 찌들어 집으로 가는 운전 중에 그만 잠시 걸린 신호에서 브레이크를 밟은 채로 잠이 들고 말았다. 뒤차의 경적과 함께 잠이 깼는데, '이러다 큰 사고가 나겠구나', 그간의 생활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나 지금 쉬어야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다음날 출근해서 내버렸다, 사직서를.
회사에선 난리가 났다. 권고사직이 아닌 이상 일을 잘했건 못했건 예의상 붙잡는 거라 생각할 수 있으나 난 나름대로 업무성과가 좋은 편이었고, 지금은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제조업체 품질은 인원이 많지도 않았으며(우리 부서 또한 나포함 3명이 전부였다.), 인력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급여 인상부터 추가인력 채용, 업무 분담, 유급휴가 등등 많은 달콤한 말들로 나를 붙잡으려고 유혹했고 나 또한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 사실 이미 이 생활에 익숙해져 버린 내가 성격상으로도 맘 편히 쉴 리 만무했고, 그런 생활에 대한 걱정이 뒤따랐다. 그런데 얼마 후 친한 형에게 소주 한잔하면서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그 형은 이렇게 말했다.
“그런 조건들로 너를 붙잡는다고 한들 정말 잠깐이야, 일단 너를 잡아둔 다음에 해결하려고 하겠지. 하지만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기엔 회사 일이라는 게 그렇게 빨리 마음대로 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급여를 인상해주거나 유급휴가 등은 다른 직원들 눈치 보여서 너한테만 줄 수 없을 것이고, 사람을 더 구한다는 건 공고야 내겠지만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야. 물론 사람을 구해야 업무 분담을 할 수 있는 거겠지? 그런데 조건에 혹해서 퇴사를 번복한 넌 그런 생활이 다시 반복되더라도 당분간 퇴사 소리를 꺼내지 못할 거야. 나중에 네가 이직할 회사가 어디일지는 모르지만 지금 회사보다 좋다는 보장은 없어, 그런데 혹시 모르잖아? 네가 평생직장으로 생각할 만큼 좋은 회사를 만나게 될지. 그렇다면 어쨌든 지금보단 좋은 회사겠지. 넌 지금 너무 지친 상태고 잠시 쉬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너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갈 거고 어차피 그만둘 마음이라면 그것 또한 네가 고민할 문제도 아니고 말이야. 자꾸 마음이 불편하고 고민돼? 그럼 고민따위 없어지게 뭔가 하나를 저질러 버려, 지금 네가 퇴사하지 않으면 못 할 그런 일을, 뭐 평일(회사 갈 시간에)에 뭔가를 배우러 학원 같은 데를 등록해버리거나, 어딘가를 길게 여행을 좀 다녀온다거나, 시골 부모님 집에 가서 푹 쉬다 와도 좋고 말이야.”


형의 말을 듣고 무언가 머리를 '탁' 쳤다. 그래 여행을 가자. 12년 동안 일하면서 짧은 휴가 기간 때문에 멀리는 가보지 못했던 해외여행, 항상 마음속에 꿈꿔왔던 목적지는 바로 유럽이었다. 일단 항공권부터 구매해야 했다. 하지만 막연히 가고 싶다는 마음만 항상 있었지 너무 무지해서 무작정 온갖 사이트와 유럽 여행 카페 등등을 다 뒤졌다. 어디로 들어가서 어디에서 돌아와야 하는지,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 알아보았다. 다녀온 사람들은 보통 런던 또는 파리 in 해서 로마 out으로 한다고 했다. 런던 out의 경우 영국 공항세가 더 붙어서 항공권이 비싸진다는 내용도 보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그리고 로마가 로망(?)이었던 나는 로마가 있는 이탈리아로 먼저 가기로 결정했고 로마 in-파리 out으로 항공권을 구매하고 결제까지 해버렸다. 
운 좋게 초특가 항공권을 구매해서 그런지 바로 취소해도 수수료가 꽤 됐다. 그게 아까워서라도 무조건 꼭 다녀오자는 확신이 생겼고 그 이후로 어떤 달콤한 유혹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으며 퇴사 번복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해야 후회 없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잘 다녀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바뀌었다. 사직서에 인수인계 기간을 포함, 한 달 뒤 퇴사로 해놓고 인사과장님께 ‘제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고 당당하게 밝혔다. 퇴사 후 2주 정도 이것저것 준비할 여유 시간을 두고 출발날짜를 정했다. 그래 가보자!
어느덧 퇴사일이 다가왔다. 업무가 많았다 보니 인수인계가 길어지면서 거의 여행 준비를 하지 못하고 퇴사하게 되었고, 결국 주어진 시간은 퇴사 후 출국까지 남은 2주뿐이었다.
항공권은 구매했고 어떻게 되든 이제는 가야 한다. 일정도 짜야 하고 유심, 여권 복사 등 준비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시간이 촉박했던 것 같다. 일단 일정을 먼저 짜보기로 했다. 맘 같아선 유럽 구석구석을 모두 돌아보고 오고 싶었으나 시간/금전적으로 많은 부담이 되어서 포기하고 딱 가보고 싶은 곳과 거기에 가기 위해 경유해야 하는 도시만 가는 거로 일정을 짜놓고 그에 맞춰 이동 수단과 숙소를 예약하기로 했다.
[나라/도시 간 일정]
[이탈리아]로마(3박 4일)-피렌체(2박 3일)-베네치아(2박 3일)-밀라노(1박 2일)
[체코] 프라하(3박 4일)
[독일] 뮌헨(3박 4일)
[스위스] 인터라켄(3박 4일)
[프랑스] 파리(3박 4일)
너무 이탈리아 위주인 일정 아닌가 싶었지만, 어릴 때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나라 중 하나가 이탈리아였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다른 나라들은 대표 도시(?) 정도만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아쉽지만 뭐 또 다음 기회가 있지 않을까. 여행 갈 나라와 여러 명소등을 미리 찾아보면서 내가 마주하게 될 유럽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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